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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공노비가 되기로 하였는가

by 영노비 2024. 5. 17.

2024년 물가상승률은 2.7%라고 한다. 공노비 임금은 2.5% 상승했다.

텅 빈 통장을 보다가 문득 소름이 돋았다.

"나 이렇게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블로그는 21세기에 한양으로 유배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공노비의 생존기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다. 

 

뭐... 어떻게 살아남든가 아니면 그냥 죽겠지. 

슬프지만, 생각을 비우고 일해야 한다. 그게 노비의 팔자다.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연봉.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웬만해서는 나의 상세한 신상을 노출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이 두 가지만 빼고.

  1. 남조선 공노비 라는  점 

  2. XX 염색체 라는 점


 

물가상승률보다도  낮은 연봉상승률을 보면서,  진짜  박살났구나 생각했다.

웬만한 아파트 전세금이라도 모을 수 있을까..?

애초에 나처럼 서울로 유배 온 가난한 노비는 서울에 터를 잡아서도 아니되올시다,

감히 공노비로 발을 들여서도  안 되었던 것이올시다. 

그래, 우리 회사에서도 이제 '공노비'는 있는 집 자식들만 한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파다하던 터였다. 

'있는 집' 자식으로 뒤에서 꽤나 유명세를 치르고 있던 (본인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한 분은 

모든 부서원들이 임금상승률에 탄식하자 뒤에서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저는 안정적인 직장만 있으면 되어서..."  라고  재수없는 소리를  내뱉어대기도 했다.

 

 

9급이면 최저임금으로 하루종일 편의점 노동을 뛰는 것만도 못하다. 

여기서 많은 사노비들이 '수당 미포함' 을 걸고 넘어지며 실제로는 시간외(야간) 수당 등을 무단으로 올리며  엄청난  금액을  받아가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글쎄... 거  뭐 그런  경우도 당연히  있겠지만  우리는 뉴스에서  보지  않는가?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희박한 경우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부서만 해도 절대 쉽게 안올려 준다. 그래서 난 야근을 안 하기로 마음 먹었다.)

기본급 외  경비들도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9급  공무원의 실수령액은 210만원 ~ 230만원 대 수준이며,  여기서  거의  오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월 300을  받으려면 넉넉잡아 10년 가까이  걸린다. 그동안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끔찍하다. 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냥 한  달 벌어  한  달  먹는  수준의  삶을  살아야한다. 

 


그래서,  나 또한 적지 않은 연차임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임금인상률을  보고 정말  진심으로

때려치울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래도 이 부서에서  이 정도  경력이면 이직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정말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 STAY 였다. 

 

그 이유는, 크게는 한 가지요, 작게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큰 이유는 딱 하나다.

「국가공무원법」 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

 

앞으로 뒤에서 세세하게 포스팅으로 다룰 예정이지만, 

나의  고용주는 '국가'이다.  

그래서 철저히 국가에서 정한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고, 예외는 (거의) 없다. 

 

1) 신분보장 → 안 짤림

국가공무원법은 現(24년) 기준 만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 공무원이 안 짤리는 이유다.

대부분의  사기업(대기업,중소기업)은 모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공무원은 나라에  고용되었기 때문에, 별도의  법령이 있고,

마찬가지로 공기업/공공기관도 그러하다. (별도로 다루겠다.)

[국가공무원법] 제74조(정년) 
① 공무원의 정년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60세로 한다.

100세 시대인 요즘, 90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일을 최대한 오래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나는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부장님,과장님,부모님 등 5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하시는

"짤릴 걱정 없이 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이다."

라는 말이 내게도  크게 와  닿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 임신,출산,육아 휴직 보장

XX염색체를 지닌 여성으로서, 그리고 결혼과 임신, 출산을 인생의 큰  계획으로  잡고 있는 사람으로서,  

출산/육아휴직의 자유로움은 매우매우 중요하고 큰 부분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휴직)
(중략)
② 임용권자는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휴직을 원하면 휴직을 명할 수 있다. 다만, 제4호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휴직을 명하여야 한다.
  4.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필요하거나 여성공무원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 된 때
  5. 조부모, 부모(배우자의 부모를 포함한다), 배우자, 자녀 또는 손자녀를 부양하거나 돌보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다만, 조부모나 손자녀의 돌봄을 위하여 휴직할 수 있는 경우는 본인 외에 돌볼 사람이 없는 등 대통령령등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로 한정한다.

[국가공무원법] 제72조(휴직기간)
(중략)
7. 제71조제2항제4호에 따른 휴직 기간은 자녀 1명에 대하여 3년 이내로 한다.
8. 제71조제2항제5호에 따른 휴직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재직 기간 중 총 3년을 넘을 수 없다.

 

휴직기간도 3년 이내이며, 평생 재직하는 중 이 3년을 나누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엄마의 손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편하게 휴직하고 양육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복직에 관한 법령도 당연히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휴직의 효력)
(중략)
② 휴직 기간 중 그 사유가 없어지면 30일 이내에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신고하여야 하며,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여야 한다.
③ 휴직 기간이 끝난 공무원이 30일 이내에 복귀 신고를 하면 당연히 복직된다.

 

법에서  이렇게 강하게 '당연히' '복직된다' 라고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얼마든지 원할 때 다시 돈벌이를 하러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순수하게,  이  두 가지를  고려해서  나는  공노비가 되기로 결심했다.

(공노비의 연금도  큰  혜택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이건 사실 내가 연금수령  나이가  될  때쯤  어떻게  박살날지 모르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푼돈에서 떼어가는 납입액이 너무너무 많아서 힘들다. 퇴직금도 없으니까 너무 힘들다고  ㅠㅠㅠㅠ )

 


 

근데 진짜  이런  장점이 있어도  ㅠㅠㅠ 너무  힘들다  돈이  너무  안 됨...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남기  위한 

공노비 살아남기

시작해본다!